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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보도 “시장 온기? 죽을 맛이네요”…개업보다 휴·폐업 많아진 중개업계

관리자
2023-08-15

올 2분기 개업 공인중개사 3197명
휴·폐업 공인중개업소는 4132명
주택거래량·실거래가지수 개선은
거점지역대장 단지 반등에 따른 착시


경북 예천군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다 폐업을 결정한 이모씨가 최근 사무실을 정리하는 전 과정을 기록해 올린 동영상 장면 [사진 = 유튜브 갈무리]“올해 들어 집 매매 계약을 단 한건도 못썼네요. 점포 임대료라도 밀리지 않고 내려면 밤에 대리운전이라도 해야할 판입니다.”

부동산 공인중개업계의 보릿고개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과 거래량, 매수심리 관련 지표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딴판인 것이다.

연립주택과 다세대 등 빌라를 대거 매입한 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이른바 ‘빌라왕’ 사태에 관여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인들이 대거 적발됨에 따른 낙인 효과도 휴·폐업을 선택하는 중개사들이 증가하는데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는 3197명, 휴·폐업 공인중개업소는 4132명으로, 개업보다 휴·폐업이 많았다.

작년 1분기까지만 해도 개업 공인중개사는 4972명으로 휴·폐업 공인중개사(2824명)보다 2000명 넘게 많았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본격화 한 지난해 3분기부터는 휴·폐업 공인중개사가 개업 공인중개사를 상회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은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전국에서 새롭게 문을 연 중개업소는 969곳으로, 이는 협회가 월별 개·폐업 현황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래 역대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 6월 기준 개업건수가 1000건을 하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6월 1690건까지 올랐던 신규 개업건수는 2020년 6월 1488건, 2021년 6월 1380건, 2022년 1249건으로 3년 째 내림세를 그리고 있다.

연초 5만5588건 수준이던 전국 주택거래량이 올해 5월 8만8797건으로 늘어나는 등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로 부동산 경기 관련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중개업소 활성화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국부동산원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3792건으로 지난해 동기(1065건)에 견줘 3배 이상 늘었다.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도 5월 현재 0.82% 올라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과 집값 바닥론 확산 등으로 쌓여있던 급매물이 소진된 결과다.

이런 와중에도 문 닫는 부동산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큰 지역·단지별 부동산 경기 편차가 지목된다. 최근 거래의 특징은 시장 전반적으로 늘고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상급지 등 거점 지역, 대장 단지 위주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급지 중심으로 거래가 확산하고 있지만, 나머지 지역은 상황이 다른 것이다.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전세 사기’에 일부 공인중개사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중개업계가 신뢰를 잃은 점도 이런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다양한 직거래 플랫폼 등장과 중개 수수료를 아끼려고 직거래에 나서는 수요자들 증가도 개업보다 휴폐업을 선택하는 중개업소의 증가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개업보다 휴폐업이 많은 순감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서울 북부와 부산, 대구, 광주, 경남, 세종지역은 연초부터 개업보다 휴폐업이 많은 상황이 나오고 있고 여타 지역 역시 휴폐업과 개업 간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간 응시 열기가 뜨거웠던 공인중개사 시험 인기도 서서히 식고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 1차 응시인원은 2018년 13만8287명(한국산업인력공단 큐넷)에서 2021년 18만6278명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17만6016명으로 줄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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